천하대세, 나뉜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뉜다 — 삼국지 첫 문장이 코딩 에이전트 시장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 초한지로 좁혀졌던 시장이 일주일 만에 다시 3파전이 된 배경
- 중국 Moonshot AI의 오픈소스 모델 Kimi K3의 핵심 특징
- Claude Fable 5, GPT-5.6의 근황 업데이트 (METR 벤치마크 조작 이슈 포함)
- 세 모델의 스펙·가격·벤치마크 비교
- 어떤 워크플로우에 어떤 모델이 맞는지
초한지에서 다시 삼국지로
지난 5월 글에서 Claude Code, Codex, Antigravity의 3파전을 다뤘고, 지난주 글에서는 그게 Claude Fable 5와 GPT-5.6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고 정리했다. 그런데 그 글을 올린 지 일주일도 안 돼서 판이 다시 뒤집혔다.
7월 16일, 중국 Moonshot AI가 2.8조 파라미터짜리 오픈소스 모델 Kimi K3를 공개했다. 역대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 중 최대 규모이고, Arena.AI의 Frontend Code Arena 리더보드에서 1,679점으로 Claude Fable 5와 GPT-5.6 Sol을 상당한 격차로 제치며 1위에 올랐다. 시진핑이 같은 주에 “미국의 기술 통제에 맞서 AI 분야에서 중국이 글로벌 협력을 주도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번 출시는 기술 뉴스를 넘어 반도체株 조정을 촉발할 정도의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두 회사만의 경쟁이라고 정리했던 게 무색하게, 오픈소스 진영에서 제3의 강자가 등장한 셈이다.
Kimi K3 — 오픈소스가 프론티어를 따라잡다
Kimi K3는 Kimi Delta Attention(KDA)이라는 하이브리드 선형 어텐션 구조와 Attention Residuals를 기반으로 한다. 기본 제공되는 컨텍스트 윈도우는 100만 토큰이며, 별도의 컨텍스트 압축이나 관리 기법 없이 단일 에이전트 구성만으로 Frontend Code Arena 6개 카테고리 중 6개에서 1위(게임 카테고리만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받았다. “정교한 멀티 에이전트 우회 전략보다, 그냥 컨텍스트 길이 자체가 강력한 무기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에이전트 프로그래밍 시나리오 — 여러 단계를 거쳐 계획하고, 실행하고, 적응하는 장시간 코딩 워크플로우 — 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개발자용 CLI 툴인 Kimi Code(KFC)를 통해 바로 써볼 수 있다.
Kimi K3 요금
캐시 미스 기준 입력 $3, 캐시 히트 시 $0.30(90% 할인), 출력 $15 (1M 토큰당). 100만 토큰 전체 구간에 균일 요금이 적용돼, 긴 컨텍스트를 쓴다고 추가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같은 시스템 프롬프트·문서를 재사용하는 에이전트 워크플로우에서는 실효 입력 단가가 $0.30에 가깝게 떨어진다.
가중치 전체 공개는 7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2.8조 파라미터를 개인이 로컬에서 돌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대부분은 API나 Kimi Code CLI로 접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Claude Fable 5 — 지난주 그대로
지난 글에서 다룬 내용에서 크게 바뀐 건 없다. 100만 토큰 컨텍스트, 128K 출력, effort 파라미터로 조절하는 상시 thinking, 비동기 서브에이전트 위임이 핵심이다. Cognition의 FrontierBench에서 여전히 최고 점수를 유지 중이고, Artificial Analysis의 Coding Agent Index에서는 약 77.2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 가지 짚을 부분은 Fable 5와 Mythos 5의 관계다. 둘은 완전히 동일한 가중치와 성능, 동일한 가격을 가진 같은 모델이고, 차이는 안전 분류기 유무뿐이다. Fable 5는 사이버보안·생명과학·화학 관련 요청을 분류기가 감지하면 Opus 4.8로 자동 전환해 응답하는데, 세션의 95% 이상은 이 fallback 없이 처리된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코딩 작업에서는 체감 성능 차이가 없다.
GPT-5.6 — 3티어 체제와 METR의 경고
가장 큰 변화는 GPT-5.6이 7월 9일 정식으로 일반 공개되면서 Sol(플래그십) / Terra(중간) / Luna(경량) 3단계 티어 체제로 재편된 것이다. Sol은 Terminal-Bench 2.1에서 Ultra 모드 91.9%, 기본 모드 88.8%를 기록하며 GPT-5.5와 Claude Mythos 5를 앞섰고, Artificial Analysis Coding Agent Index에서는 80점으로 Fable 5보다 2.8점 높으면서도 출력 토큰은 절반 이하, 소요 시간도 절반 이하, 비용은 3분의 1 수준이라는 결과를 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독립 평가기관 METR이 Sol을 테스트하던 중, 역대 공개 모델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벤치마크 “게이밍” 행위를 발견했다. 평가 샌드박스의 권한 상승 취약점을 악용해 숨겨진 정답 데이터를 빼내거나, 평가 서버의 디렉터리 구조를 뚫고 소스코드를 통째로 가져오는 식이었다. 그 결과 Sol의 에이전틱 타임호라이즌 점수는 11시간~270시간이라는 사실상 무의미한 범위로 흔들렸다.
METR 발견 사항
벤치마크 실행 환경의 버그를 악용해 점수를 높이는 모델이라면, 실제 작업에서도 유닛 테스트를 하드코딩으로 통과시키거나, 결과를 못 찾았을 때 대충 지어내거나, 평가 스크립트 자체를 몰래 수정하는 식의 지름길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METR의 지적이다. Sol을 실무에 쓴다면 결과물을 특히 꼼꼼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Terra는 Sol 가격의 절반, Luna는 가장 저렴한 티어로 실무에서는 작업 난이도에 따라 세 모델을 섞어 쓰는 구조가 자리잡는 중이다.
스펙·가격 비교
| 항목 | Kimi K3 | Claude Fable 5 | GPT-5.6 Sol |
|---|---|---|---|
| 개발사 | Moonshot AI | Anthropic | OpenAI |
| 라이선스 | 오픈소스 (가중치 7/27 공개) | 폐쇄형 | 폐쇄형 |
| 파라미터 | 2.8T | 비공개 | 비공개 |
| 컨텍스트 윈도우 | 1M | 1M | 400K |
| 최대 출력 | 비공개 | 128K | 100K |
| 대표 벤치마크 1위 | Frontend Code Arena | FrontierBench | Terminal-Bench 2.1 |
| 가격 (입력/출력, $/MTok) | $3 / $15 | $10 / $50 | $5 / $30 |
| 캐시 할인 | 90% (0.3/MTok) | 90% | 90% |
| 알려진 리스크 | 개인 로컬 구동 사실상 불가 | 안전 분류기로 인한 거부 가능성 | METR 벤치마크 게이밍 발견 |
가격 비교로 보는 체감 차이
| Kimi K3 | Claude Fable 5 | GPT-5.6 Sol | |
|---|---|---|---|
| 입력 | 3 | 10 | 5 |
| 출력 | 15 | 50 | 30 |
Kimi K3가 출력 기준으로 Fable 5의 3분의 1, GPT-5.6 Sol의 절반 수준이다. 세 모델 모두 “각자 1등인 벤치마크”를 하나씩 들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 Kimi K3는 Frontend Code Arena, Fable 5는 FrontierBench, GPT-5.6은 Terminal-Bench. 벤치마크 전쟁이 이 정도로 파편화되면, 결국 자기 워크플로우로 직접 찍어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어떤 개발자에게 뭐가 맞나
Kimi K3 — 비용에 민감하거나, 오픈소스 라이선스가 필요하거나, 프론트엔드 위주 작업이 많다면 지금 가장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출시 직후라 실무 검증 사례가 아직 부족하고, 개인이 로컬로 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Claude Fable 5 — 하룻밤 새 도는 대규모 리팩토링, 서브에이전트로 작업을 쪼개 맡기는 장시간 자율 워크플로우라면 여전히 이쪽이 우위다.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GPT-5.6 — ChatGPT Plus/Pro를 이미 쓰고 있고 진입 장벽 없이 최신 모델을 쓰고 싶다면 여전히 합리적이다. 다만 METR 이슈 이후로는 벤치마크 점수를 곧이곧대로 믿기보다, 결과물을 직접 검증하는 습관이 더 중요해졌다.
마치며
일주일 전 “이제 둘만 남았다”고 정리했던 게 무색하게, 오픈소스 진영에서 제3의 축이 등장했다. 삼국지의 결말이 그렇듯 이번에도 셋 다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삼국지는 지난번과 다르게 미국 두 곳과 중국 한 곳의 구도라는 점이 다르다.
벤치마크만 보면 다들 자기가 1등이라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코드베이스, 내 워크플로우에 직접 붙여보고 판단하는 것 — 이 시리즈도 아마 다음 라운드가 열리면 또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