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 왜 에피소드 4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시리즈를 본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질문에 다다릅니다. “그래서 7·8·9편은 왜 그렇게 됐죠?” 두 질문 모두, 답을 알고 나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합니다.
”에피소드 4부터 시작”의 진짜 이유
너무 방대해서 잘랐다
1970년대 초,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처음 스타워즈 대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한 편의 영화 분량이 아니었습니다. 은하계의 탄생과 흥망, 공화국의 몰락, 제다이의 멸종과 귀환… 그가 머릿속에 그린 세계는 방대한 서사시였습니다. 제작사는 당연히 난색을 보였고, 결국 루카스는 이야기를 잘게 나누기로 합니다.
전체 서사 중에서 가장 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중간 부분, 그러니까 영웅이 이미 어느 정도 성장했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을 먼저 꺼내든 것입니다. 소설로 치면 3부작의 4~6권을 먼저 출판한 셈입니다.
루카스는 나중에 13편(프리퀄)과 79편(시퀄)도 구상해 뒀다고 밝혔습니다. 처음부터 9편짜리 서사를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입니다.
클래식 연쇄극의 오마주

두 번째 이유는 의도된 장르 오마주입니다. 루카스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1930~40년대 SF 연쇄극(Serial), 예를 들면 〈플래시 고든(Flash Gordon)〉 같은 시리즈는 “이미 한참 진행된 모험” 속으로 관객을 던져 넣는 방식이 특징이었습니다. 첫 장면부터 “옛날 옛적에…” 하며 설명하는 대신, 거대한 우주선 두 대가 서로 쫓고 쫓기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이죠.
이것이 유명한 “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의 구조입니다. 시청자를 이미 진행 중인 신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장치입니다.
디즈니 인수: 지도 없는 릴레이 소설의 비극
루카스의 원래 구상
2012년,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전체 프랜차이즈를 디즈니에 매각합니다. 알려진 매각가는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 원). 루카스는 그 전에 이미 7·8·9편의 줄거리 개요(트리트먼트)를 작성해 뒀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제다이 오더가 재건되고, 새로운 공화국이 은하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새로운 세대의 제다이를 훈련시키고, 정치적 갈등과 새로운 위협이 맞물리는 이야기.
루크가 강하고 성숙한 스승으로 활약하는, 오리지널 삼부작의 자연스러운 계승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즈니는 그것을 버렸습니다
디즈니는 루카스의 구상안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감독진과 작가들이 각 편을 따로따로 만들었고, 결정적으로 전체 3편에 걸친 일관된 스토리 설계도가 없었습니다. 에피소드 7을 만든 J.J. 에이브럼스(J.J. Abrams), 에피소드 8을 만든 라이언 존슨(Rian Johnson), 그리고 9편을 다시 에이브럼스가 맡았는데, 각자의 철학이 달랐고 이전 편의 설정을 다음 편이 뒤집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팬들이 이 구조를 비유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도 없는 릴레이 소설.” 앞 주자가 쓴 내용을 다음 주자가 읽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글쓰기.
마크 해밀의 쓴소리: “내가 아는 루크가 아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Mark Hamill)**의 공개 발언입니다.
에피소드 8 〈라스트 제다이〉(The Last Jedi, 2017)에서 루크는 은둔한 노인으로 등장합니다. 제다이의 희망이자 은하계의 영웅이었던 그가 외딴 섬에 숨어 살며, 심지어 제다이 오더 자체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키우던 조카를 포기하고 외면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마크 해밀은 감독 라이언 존슨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루크에 대한 당신의 해석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루크 스카이워커는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 마크 해밀, 2017년 인터뷰
이 발언은 공개된 후 팬덤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해밀은 나중에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실수였다”고 사과하며 수위를 조절했지만, 그 메시지의 본질은 남았습니다. 시퀄 트릴로지에 대한 팬덤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시퀄 트릴로지를 보는 두 가지 시선
에피소드 7~9가 완전히 실패작이라는 시각과,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시각이 공존합니다. 새로운 주인공들(레이, 핀, 포)의 케미스트리와 에피소드 7의 오락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습니다. 문제는 3편을 관통하는 일관성 부족이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도 기적인데, 50년짜리 프랜차이즈를 유지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스타워즈는 그 도전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보여주는 살아있는 사례입니다.
다음 편은 시퀄의 실패를 딛고 탄생한 드라마 시리즈들의 이야기입니다. 〈만달로리안〉이 어떻게 스타워즈를 다시 살려냈고, 디즈니가 그것을 어떻게 거대한 프로젝트로 확장하려 하는지, 그리고 왜 〈안도르〉는 그 대통합에 합류하지 못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